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
감상/기타
2010. 6. 5. 12:11
처음 읽은 작법서이고 그걸 읽고 뭔가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점만으로도 의의가 있는 책이다. 또한 내가 처음으로 줄을 그어가며 읽은 책이기도 하다. 책에 줄 긋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많다. 그것이 나에게 좋은지 싫은지 유용한지 아닌지는 생각하지 않고 그냥 따라서 나도 줄을 긋지 않았다. 줄긋기에 대한 사람들의 혐오가 너무 강했기에 마땅히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다 귀얇은 나는 책에 줄을 긋는다는 어떤 사람의 말을 들었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남의 책도 아니고 내 책인데 줄을 긋든 말든 내 마음이었다. 마침 읽을 책도 있겠다, 소설만도 아니겠다 싶어 줄을 그어보자 싶었다. 대담하게 연필도 아니고 형광펜으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제대로 골라내지 못하는 나에게 줄긋기는 사실 피곤한 일이다. 어쩌면 그 때문에 피해왔는지도 모르겠다. 최대한 자제하면서 그었다. 그래도 뒤로 갈수록 줄이 늘어갔지만.
이 책을 읽고 얻은 근본적인 깨달음이 있다. 항상 글쓰기는 뭔가 거만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작가는 다르게 말해주었다. 고생스럽지만 즐겁고, 어렵지만 한 번 시도해볼 만하다고. 평소 내가 생각하던 것과 일치하는 부분도 있어 즐거웠다. 물론 다른 의견도 많았고 배울 점도 많았다.
가슴을 찌른 말 중 하나는, 읽을 시간이 없다는 사람은 쓸 시간도 없다며 읽는 것이 쓰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충고였다. 그러고 보니 나는 책 읽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소설을 써보고 싶지만 소설을 가장 싫어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읽을 책이 많이 남았다는 말도 된다. 고전이니 양서니 무조건 피해왔으니까. 그러다 2008년 오묘한 세계를 접하며 한 해에 10권도 안 읽던 내가 그 해에만 80여 권의 책을 읽었다. 나치고는 굉장한 권수였다. 읽는 속도가 느리기에 일상 생활에 문제가 생길 정도였지만 멈출 수 없었다. 이때 뭔가 쓰고 싶어 자주 발작을 일으켰던 기억이 있다. 구상 메모도 감상도 가장 많이 남겼다. 블로깅의 황금기였다.(곧 뜻밖의 일로 암흑기가 찾아오지만) 2009년에는 40여 권을, 2010년은 10권도 못 읽었다. 점점 쓸 말이 줄어들었다.
작가가 수정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도 공감했다. 그런데 이 수정이라는 것이 역시 읽는다는 행위와 연관되어있다. 수정은 자기 글을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읽어보고 전체를 해체, 재조립, 세세하게는 문장, 문단, 낱말을 고치는 행위로, 나는 시도 때도 없이 이 행위를 한다. 글을 써서 올리고 나서도 몇 분, 몇 시간, 며칠, 몇 주, 몇 년 뒤에 다시 읽어보고 수정한다. 짧지만 백 개가 넘는 감상글을 각각 수 번, 전체 수백 번은 수정했다. 그런데도 나중에 보면 또 고칠 것이 있다는 게 재미있다. 예전에 쓴 문장인데 요즘보다 낫다 싶을 때는 괜히 옛날의 내가 새롭게 느껴진다. 남의 글을 읽는 것이 뜸해진 만큼 수정 역시 요즘은 뜸하게 하지만, 글을 수정하는 일은 읽고 쓰는 행위의 종합으로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래놓고 이 정도밖에 못 쓴다니 새삼 절망스럽지만, 여기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니 넘어간다.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이전부터 제목은 들어왔지만 작법서라는 딱딱한 명칭에 좀처럼 손을 못 대고 있다 충동적으로 구입한 건데 막상 읽기 시작하자 술술 넘어갔다. 작가가 원체 재미있게 썼고 번역도 훌륭하기 때문이리라. 다른 작가가 쓴 작법서도 읽고 싶어졌다. 지금은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플롯>을 읽고 있는데 <유혹하는 글쓰기>의 반만큼도 재미가 없어서 진도가 안 나가고 있다.
다음은 줄 그어놓은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읽은 지 몇 주가 되었는데도 당시 첫 회독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문장을 곧장 골라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다음부터는 줄을 긋는다고 해도 연필로 그어야겠다.
한 번 읽고 끝낼 책이 아니었다. 나중에 다시 읽어볼 생각인데 그때도 내가 계속 글을 쓰고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그때 가서는 이전에 형광펜으로 그어놓은 부분을 읽고 뭐라고 생각할까.
이 책을 읽고 얻은 근본적인 깨달음이 있다. 항상 글쓰기는 뭔가 거만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작가는 다르게 말해주었다. 고생스럽지만 즐겁고, 어렵지만 한 번 시도해볼 만하다고. 평소 내가 생각하던 것과 일치하는 부분도 있어 즐거웠다. 물론 다른 의견도 많았고 배울 점도 많았다.
가슴을 찌른 말 중 하나는, 읽을 시간이 없다는 사람은 쓸 시간도 없다며 읽는 것이 쓰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충고였다. 그러고 보니 나는 책 읽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소설을 써보고 싶지만 소설을 가장 싫어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읽을 책이 많이 남았다는 말도 된다. 고전이니 양서니 무조건 피해왔으니까. 그러다 2008년 오묘한 세계를 접하며 한 해에 10권도 안 읽던 내가 그 해에만 80여 권의 책을 읽었다. 나치고는 굉장한 권수였다. 읽는 속도가 느리기에 일상 생활에 문제가 생길 정도였지만 멈출 수 없었다. 이때 뭔가 쓰고 싶어 자주 발작을 일으켰던 기억이 있다. 구상 메모도 감상도 가장 많이 남겼다. 블로깅의 황금기였다.(곧 뜻밖의 일로 암흑기가 찾아오지만) 2009년에는 40여 권을, 2010년은 10권도 못 읽었다. 점점 쓸 말이 줄어들었다.
작가가 수정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도 공감했다. 그런데 이 수정이라는 것이 역시 읽는다는 행위와 연관되어있다. 수정은 자기 글을 멀리서 혹은 가까이서 읽어보고 전체를 해체, 재조립, 세세하게는 문장, 문단, 낱말을 고치는 행위로, 나는 시도 때도 없이 이 행위를 한다. 글을 써서 올리고 나서도 몇 분, 몇 시간, 며칠, 몇 주, 몇 년 뒤에 다시 읽어보고 수정한다. 짧지만 백 개가 넘는 감상글을 각각 수 번, 전체 수백 번은 수정했다. 그런데도 나중에 보면 또 고칠 것이 있다는 게 재미있다. 예전에 쓴 문장인데 요즘보다 낫다 싶을 때는 괜히 옛날의 내가 새롭게 느껴진다. 남의 글을 읽는 것이 뜸해진 만큼 수정 역시 요즘은 뜸하게 하지만, 글을 수정하는 일은 읽고 쓰는 행위의 종합으로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래놓고 이 정도밖에 못 쓴다니 새삼 절망스럽지만, 여기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니 넘어간다.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이전부터 제목은 들어왔지만 작법서라는 딱딱한 명칭에 좀처럼 손을 못 대고 있다 충동적으로 구입한 건데 막상 읽기 시작하자 술술 넘어갔다. 작가가 원체 재미있게 썼고 번역도 훌륭하기 때문이리라. 다른 작가가 쓴 작법서도 읽고 싶어졌다. 지금은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플롯>을 읽고 있는데 <유혹하는 글쓰기>의 반만큼도 재미가 없어서 진도가 안 나가고 있다.
다음은 줄 그어놓은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읽은 지 몇 주가 되었는데도 당시 첫 회독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문장을 곧장 골라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다음부터는 줄을 긋는다고 해도 연필로 그어야겠다.
한 번 읽고 끝낼 책이 아니었다. 나중에 다시 읽어볼 생각인데 그때도 내가 계속 글을 쓰고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그때 가서는 이전에 형광펜으로 그어놓은 부분을 읽고 뭐라고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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