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 sam(샘) 재구매
이미 있는데 왜 재구매했을까. 여기에는 슬픈 사연이 있다.
2014년 말 어느 날. 2013년에 구매해서 일년 넘게 잘 쓰고 있던 샘이 한번 잠든 뒤 깨어나지 않았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아무래도 크ㄹ마 앱이 문제이지 않았을까 의심중인데, 정확히는 크ㄹ마 앱을 설치하고 내가 한 짓이 문제였다. 때는 정가제 시행 바로 전으로, 그래24에서 뿌린 할인쿠폰에 굴복해, 나는 절대 사지 않으리라 다짐한 그래24에서 책을 제법 샀었다. 그 책을 읽기 위해 크ㄹ마 앱을 설치했는데,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다만, 각잡고 읽기 전에 샘 기본뷰어에서 했던 짓을 한 것이다. 바로 이 폰트 저 폰트 넣었다 빼면서 입맛에 맞는 폰트 정하기. 내가 생각해도 징할 정도로 샘을 괴롭혔다. 솔직히 나도 하다가 지겨워서 속이 메슥거릴 정도였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폰트로 글을 읽는 건 참을 수 없었다. 그러다 샘이 너무 힘들어하길래 한번 껐다 켜볼까 싶어 껐는데 그뒤로 샘은 영영 눈을 뜨지 않고 있다.
(이전에 작성해둔 sam과 관련된 포스트는 이쪽으로.)
AS 센터에 갈까 하다가 구매한 지 1년이 지났으니 유상수리일 텐데 비용이 얼마나 나올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망설이기를 한동안. 코보로이드도 샘이 하는 일을 대부분 할 수 있지만 뭐만 실행하면 메모리 부족으로 강종되기 때문에 마음놓고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손이 잘 가지 않았고, 대신해서 이북리더용으로 사용할 기기를 구매한다고 코ㄴ티아 미니를 지르고 뷰3도 지르고, 여튼 방황을 했었다. 하지만 역시 나에게는 전자잉크가 제일이라, 괜히 방황하느니 그 돈으로 샘을 고치는 게 나았을 거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어쩔까 마지막으로 고민하다가 샘이 떨이로 판매되는 것을 보고 그냥 재구매해버렸다. 고장난 샘을 고친다고 해서 멀쩡해진다는 보장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 온 샘을 보고 이전의 내 샘이 나름 양품이었던 것을 재차 깨달았다. 제품번호가 이전 샘이 훨씬 나중이라는 걸 보면 새로운 샘은 그간 얼마나 창고에서 묵었을지. 쉬는 물건 아니니 창고에서 묵었던 과거는 못 본 척한다고 해도, 양품은 결코 아니다. 먼저 흐릿하다. 언니도 작년 말에 떨이로 샘을 샀는데, 언니 기기보다 진하기는 하지만, 기억 속의 내 이전 샘보다는 흐릿했다. 활자는 그래도 괜찮지만 이미지의 경우 처참할 정도였다.
그리고 말이 많이 나오는 전원버튼. 이전 샘은 전원버튼도 멀쩡했는데 이번 샘은 함몰의 느낌. 손톱으로 찍어주듯이 눌러야 눌린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하면 인식이 잘 안된다는 거. 점을 찍듯이 눌러주는 게 아니라 전원버튼 몸체 전부를 눌러줘야 온/오프가 된다. 하지만 그러려고 해도 버튼이 함몰 직전인데? 그렇다고 교환? 환불? 귀찮아서 못한다. 그리고 이보다 나은 제품이 온다는 보장도 없다. 대신 스티커를 사다가 붙였다.
전원버튼의 길이가 1cm 정도인데 내가 산 스티커는 그에 모자라서 이렇게 두 개를 이어 붙여두었다. 좀 궁상스럽지만 이전에 비해서는 잘 눌린다. 잘 먹히고.
입맛에 맞게 폰트도 새로 수정해야했는데, 이전 샘에 넣어둔 수정한 폰트를 따로 백업해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기는 백업해두었더라도 쓸모없을 뻔했다. 내 취향이 변했기 때문이다. 눈이 나빠졌는지 전보다 폰트 크기를 크게 해서 보고, 너무 두꺼운 것도 싫다. 그리고 이전에는 나눔명조가 잘생겨보였고 그때는 별로라고 하던 a신신명조체가 가장 예뻐보인다. 수십 번 수정해서 넣었다 뺏다 하다가 이 버전으로 정착했다. 리디도 a신신명조체로 변경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이라 리디만 설치...하려다가 후에 슬금슬금 알라딘도 설치하고 역시나 폰트는 통일했다.
리디북스는 리디 홈에 가면 TTS가 없는 최신 버전(6.30 no TTS Ver.)이 다운 가능하다. 최신 버전은 이전 5.xx 대의 버전에 비해 개선사항이 눈에 띈다. 일단 이전에 문제라고 했던 둔한 페이지 넘김. 최신 버전 대에서는 잘 넘어간다. 물론 샘 기본뷰어에 비해서는 씹히는 확률이 높지만 이전에 비해서는 이정도라면 쓸만하다 정도. 그리고 책을 외장메모리에 다운받을 수 있도록 해뒀더라. 정말 마음에 드는 기능이다. 샘 내장 메모리는 자체 os를 제외하고 여유공간이 2G 조금 넘는데 여기에 리디에서 사둔 책을 쌓아둘 생각을 하면 마음의 여유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외장메모리로 물려둔 16G에 책을 쌓아놓으니 발 뻗고 잘 수 있을 듯. 또한 내가 리디에서 남들에게 못 보일 (어른이의) 책도 사둔 게 아주아주 많아서 리디 앱 자체의 잠금 기능을 기대했는데 이건 샘 자체 os 버전이 낮아서 아쉽게도 활성화 안 되더라. 대신 앱 잡금 앱을 별도로 설치한 뒤 리디 앱을 잠가버렸다.
여튼 다시 사들인 샘. 불만스러운 부분도 많지만, 그래도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전자잉크 패널을 달고 외부 앱 설치를 정식으로 지원해주는 기기는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에, 재구매한 것에는 후회가 없다.(솔직히 사재기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다. 의외로 기기 수명이 길지 않은 것 같아서 대기용으로 줄세워둘까 하고) 여윳돈이 생기고 마음이 내키고 시간도 생기면 잠들어서 깨어나지 않는 샘도 수리해볼까 한다. 어느날은 꿈을 꾸었는데, 이전 샘이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고 나는 몹시 기뻐했다. 언제는 활자로 꿈을 꾸더니 이북리더가 나오는 꿈까지 꾸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