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벌 스카피니 타로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중세풍의 멋진 일러스트와 풍부한 상징에 있다. 나도 그 일러스트에 이끌려 덜컥 카드를 사고 말았다. 단순히 보기좋은 그림에 가벼운 색조를 가진 카드에 질려 있던 나는 상징으로 복잡하게 얽힌 이 카드를 손에 넣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메디벌 스카피니를 살 당시 판매처에서는 이 카드를 [웨이트 덱 류]에 포함시켰으며 [초보자에게 좋음]이라고 했지만, 이 카드에 딸려온 해석서에는 메디벌의 카드 중 일부는 스포르자 카드를 모델로 했다는 언급이 있었다. 후에 검색한 결과, 메디벌 스카피니는 클래식 쪽이라는 주장과 모던으로 봐야한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더라.
나는 웨이트 덱을 깊게 익히지는 않았지만 메이저 카드 일부를 이미지 리딩으로 익힌 적이 있다. 때문에 메디벌을 봤을 때 이 카드가 [웨이트 덱 류]의 분류에 속하는 것을 이해할 수는 있었다. 스포르자 카드는 구경도 제대로 못했으니 넘어가고.
하지만 메디벌 스카피니를 익혀나갈수록 난 당황했다. 웨이트 특정 넘버의 카드에 있던 상징이 메디벌의 다른 넘버 카드로 이동하거나, 동일한 넘버의 카드라도 기존 웨이트 덱이 강조하던 상징이 메디벌에서는 보다 더 중요하게 취급되거나 혹은 의식적으로 가볍게 취급되는 등 이미지와 상징의 의미, 중요도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기존에 웨이트 덱을 통해서 익힌 각 카드의 의미가 혼동되는 것을 느꼈다. 이러다가는 웨이트든 메디벌 스카피니든 어느 한 쪽도 제대로 익히지 못할 것 같았다. 웨이트를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었지만 그것에 얽매이지 말고 메디벌 스카피니만의 의미로 재구성 되어야 함을 절실히 느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혹시나 메디벌 스카피니를 구입할 의사가 있는 분들은 이 카드를 [웨이트 덱 류]로 간단히 분류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만약 웨이트의 이미지리딩을 단순히 재활용하거나 덮어씌우려는 가벼운 마음으로 메디벌 스카피니를 택한다면 나처럼 엄청난 혼란을 경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