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내가 가지고 싶어서 안달을 냈던 기기는 키보드가 달린 작은 워드머신이었다. 인터넷이 쌩쌩 잘 되거나 다른 거창한 프로그램이 돌아갈 필요도 없었다. 그냥 적당히 화면 달려있고 메모장 열어서 글을 쓸 수 있고 타격감이 좋은 키보드가 달려있는 작고 가볍고 귀여운 기기면 됐다. 하지만 이 조건을 갖춘 기기 하나가 그렇게 나타나지를 않는 거다. 그나마 근접했던 모디아는 몇개월 전에 유명을 달리했다. 충전기를 가벼운 것으로 바꿔봤는데 갑자기 켜지지가 않는 거다. 그리고 수리했던 힌지가 뚝 부러졌다. 힌지가 부러지면서 화면이 안 나오게 된 건지, 무엇이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고칠 능력도 의지도 잃었다는 게 중요했다.


사고 싶어도 살 물건이 나오지 않는 작은 워드 머신에 대한 로망을 가슴 깊이 묻었다지만 내 로망은 하나가 아니지. 요즘 들어 가지고 싶은 기기는 필기가 되는 기기이다. 내가 기기에 기대하는 생산성이 키보드 타이핑에서 필기로 조금씩 옮겨가는 중이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기기인 아이패드 미니에 터치펜을 이용해서 필기를 해봤는데, 영 아니었다. 그러다가 필기도 잘 되고 가성비 좋다는 갤럭시탭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작년 11월부터 살까 말까 애를 끓다가 올해 2월에 구입했고, 제법 만족하면서 사용했다.


하지만 태블릿을 장시간 바라보니 눈알이 녹아내리는 것 같더라. 게다가 그걸로 공부를 하려고 하니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눈도 편하고 집중도 잘 되려면 이잉크 패널이 달린 기기여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대화면 이북리더는 다 해외제품들이었고, 가격도 비쌌다. 그런데 믿을 수 없게도 우리나라에도 대화면 이북리더 시대가 온 것인지 크레마 그랑데, 리디북스 페이퍼 프로에 이어 크레마에서 대화면 기기인 엑스퍼트가 나온다는 소문이 솔솔 돌았다. 하지만 이것 역시 가격이 비쌀 것 같았고 대강 공개된 사양으로 봐서도 제대로 된 필기용 기기로의 활용은 불가능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갤럭시탭에 적응해서 살기로 했는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더니, 크레마 엑스퍼트가 나오니 갤럭시탭으로 공부하는 게 더 힘겨워졌고 엑스퍼트만 사면 공부를 더 잘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럴 리가.) 그래도 예약기간 내내 고민을 거듭하다가 올라오는 후기들이 제법 긍정적인 것을 알고, 이왕이면 예약기간에 할인을 받고 사자고 마음을 먹었다. 누군가가 그랬듯이 고민은 배송을 늦출 뿐이므로!


그렇게 해서 연휴 전이라 배송이 늦을 거라고 또 징징거리며 걱정을 한 게 무색하게도 하루만에 엑스퍼트를 받았다. 처음 인상은, 와 크다! 였다.



나는 예스24에서 주문을 했다. 그래서 기본뷰어가 예스24이길래 더 좋아하는 뷰어인 알라딘 앱은 열린서재 기능을 이용하여 설치했다. 그래도 예스24에서 산 책과 알라딘에서 산 책을 한 군데에 모아서 보려면 통합뷰어를 쓰는 게 편했다.



테스트 삼아 통합뷰어에 책과 만화책을 다운받았다. 만화책은 확실히 크게 보니 감동이었다. 다만 소프트웨어 상의 문제인지는 몰라도 중간 톤이 상당히 날아간 느낌을 받았다. epub 파일의 텍스트 책도 열어보니 상당히 괜찮았다. 사용해본 기기가 7, 8대를 넘어가면서 몹시 관대해진 지금의 나는 바탕색이 어두워서 싫다거나 검은 획이 회색이라 거슬린다거나 그렇지 않지만 그래도 참을 수 없어하는 것이 있다. 바로 화면 자체가 질 낮은 지문방지필름 붙인 것처럼 뿌연 거였는데 엑스퍼트는 다행스럽게도 300ppi의 해상도는 아니지만 제법 쨍했다.



대강 가지고 있는 현역 기기들과 섞어놓으면 이렇다.



조로록 세워보자면 이렇고.

왼쪽부터 엑스퍼트, 보라북, 그랑데, 카르타다.

10.3인치, 7.8인치, 6.8인치(순간 몇 인치인지 헷갈려서 검색했다;;), 6인치.



그리고 이건 내가 가진 갤탭과의 크기 비교.

왼쪽부터 16대 10 비율의 10.1인치 갤탭, 4대 3(?) 비율의 10.3인치 엑스퍼트, 4대 3 비율의 9.7인치 갤탭.

10.1인치 갤탭이 세로로 길기는 한데 가로로는 좁다. 개인적으로 pdf 볼 때는 역시 4대 3 비율이 좋더라.



가진 기기들과의 비교를 통해서, 엑스퍼트의 화면 비율과 크기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다만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내가 엑스퍼트를 산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거.


난 pdf에 필기를 하면서 보고 싶어서 엑스퍼트를 산 거였다. 갤탭이 있지만 눈알이 아파서 이잉크가 달린 기기를 가지고 싶었고.


내가 pdf 뷰어에 기대한 기능은 세 가지이다.

1. 필기

2. 크롭 (다음 페이지에도 배율 고정, 위치 고정이 적용되어 유지★)

3. 진하기 조절


사실 보라북은 1번 기능만 없었지 크롭도 잘 되고 진하기 기능도 좋았다. pdf 보기에 편했지만 말했듯이 필기 기능이 없었고 7.8인치는 이제 좀 작게 느꼈다. 그런데 엑스퍼트는...


엑스퍼트에서 pdf를 볼 수 있는 뷰어는 세 가지 있다. 두 개는 기본으로 있고 하나는 내가 설치했다.


*2018.05.04 기준 / 열어본 파일은 소장본 자가스캔 pdf로 ocr 작업 안 된 상태*


먼저 기본으로 있는 예스24앱 :

필기 기능이 별로다. 어떻게 별로인지는 적기 귀찮다. 사실 이건 직접 경험해봐야 안다.

처음에 pdf 열고 페이지를 넘기면 화면이 깨진 채 보인다. 시간이 지나면 또렷해지지만 굼뜨다. 

게다가 크롭 기능이 따로 없다. 손가락 핀치줌인아웃으로 pdf 파일 크기를 조절해야하는데 이게 진짜 잘 안 된다. 속이 터진다.

게다가 진하게 기능이 없다. 내가 못 찾나?


통합뷰어 :

필기 기능이 없다.

pdf가 비교적 깨끗하게 나오고 그나마 다른 앱에 비해서 덜 무겁게 느껴진다.

확대 축소할 수 있는 버튼이 있다.

진하게 기능이 있다.


알라딘 앱 :

필기 기능이 예스24앱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여전히 별로다.

처음에 pdf 열고 페이지를 넘기면 화면이 깨진 채 보인다. 시간이 지나면 또렷해지지만 굼뜨다. 

게다가 크롭 기능이 따로 없다. 손가락 핀치줌인아웃으로 pdf 파일 크기를 조절해야하는데 이게 진짜 잘 안 된다. 속이 터진다. (그렇다, 복사해서 붙여넣었다)

진하게 기능이 있다.


이렇게  내가 원하는 기능 세 가지. 단지 그 세 가지를 모두 다 충족시켜주는 앱이 없다.


참고로 엑스퍼트는 40만원 중반대의 가격이다. 20만원 초반대의 보라북도 패널 크기랑 필기 기능 빼고는 pdf 뷰어로 날 이렇게 섭섭하게 한 적이 없다. 엑스퍼트는 솔직히, 하아, 내 기준으로 잘 써먹을 수 있을까 싶은 필기 기능에, 그래, 화면 크기가 다이다. 화면이 큰 게 엄청 중요하기는 하다. 그래서 난 엑스퍼트를 pdf 뷰어용으로 산 거였다. 그런데 화면만 큰 게 다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는 교훈만 얻었을 뿐.


아직 초기 펌웨어이니 개선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속으로 빌고 있다. 제발.... (앱 이렇게 만들 거면 그냥 오닉스 기본 뷰어라도 살려주지 무슨 자신감이었어요...)



폰트는 항상 쓰는 휴먼명조 (살짝쿵 손 본)


여튼 크기가 크니 좋기는 하다... 단지 그것뿐 같아서 눈물이 날 뿐이다. 


그외, 플립케이스는 비싸고 무거워서 안 샀는데 살짝 후회중이다. 지금 엑스퍼트 앞뒤가 내 손기름으로 번들거린다. 게다가 그리 무겁지는 않지만 크기가 있다보니 쥘 때 불안하다. 가르*드라도 붙여야하나 싶다가도 나중에 떼게 될 때 번거로워서 싫고. 케이스로 뭐를 살지 고민중이다. 이미 파우치형 케이스를 주문한 것이 배송 오고 있지만 다른 걸로 추가 구매를 고민중이다.


펜도 같이 포함된 세트를 산 거였지만 펜을 볼 때마다 괴로워져서 사진에도 등장하지 않았다. 갤탭에서 쓰던 s펜도 쓸 수는 있다. 기능이 완벽하게 호환되지는 않는다.


자세하고 전문적인 리뷰는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었기에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투덜거려봤다. 나중에 이 리뷰를 수정해도 되니까, 무시해서 미안했다! 이런 말을 적어도 되니까 기능이 많이 나아졌으면 좋겠다. 없는 살림(?)에 고민 많이 하다가 질렀는데 마음이 안 좋다. 엑스퍼트가 쓸 만하다는 의견이 많으니 내 기대가 과한 것 같기도 하다.




+ ) 그후 수다.


현재 적응하면서 사용중이다. 그러면서 느낀 점은, 화면은 정말 깨끗하다는 거다. 프론트라이트 레이어가 없어서 그런가 싶다가도 와콤의 필기 기능을 위해서는 다른 레이어가 깔리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그리고 예쁘고 가볍다. 모양만은 보기 좋아서 꺼내놓고 멍때리며 바라보기도 한다.


다만 아랫부분에 나사가 두 개 있는데 왼쪽 나사가 계속 풀리는지 슬슬 기어나온다. 플립케이스를 사용한다면 가려지는 위치에 있지만 난 파우치에 넣어서 사용하는지라 생각날 때마다 조여주고는 있지만 나중에 깜빡해버린다면...?


해상도에서 대해서는, 난 원래 300ppi이면 좋지만 그 이하라도 200대ppi라면 신경 안 쓰는 무딘 눈이라서 문제없다. 정말 의외로 활자의 획도 깨끗하게 표현된다. 내 눈이 무디기도 하지만 엑스퍼트가 대화면이라 그런가. 하지만 얼굴을 아무리 들이대도 사운드나 리페라를 쓸 때 느꼈던 도트 튐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면 그냥 Boyue 제품 같이 뿌옇지 않아서 좋은 것일 뿐인지도. 리페라와 보라북은 내 전투력을 상승시켰던 기억이 있다. Boyue는 레이어?가 빛반사는 덜 하면서 깨끗해보이도록 만드는 기술이 부족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Boyue 덕분에 난 해상도뿐 아니라 레이어가 뿌옇다면 가독성을 해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보라북의 경우 빛반사도 적으면서 화면이 선명해지는 저반사필름을 붙인 뒤로 만족하면서 사용중이지만 이 필름을 찾아내지 못했다면 과연 보라북을 예뻐하면서 썼을지 자신이 없다. 리페라는...허허허허. 그냥 웃지요. 초기 제품보단 덜 뿌옇게 만들더라. 다만 그랬더니 번들거리더라는. 난 초기에 생산된 리페라랑 후기 리페라를 둘 다 써봐서. 뭐, 이것도 증명하라면 못한다. 눈이 무디고, 귀찮아서. 아이쿠, ㄹㄷ를 까면 안 되지, 돌 맞... 크레마를 까면 누가 와서 같이 욕해주는데 ㄹㄷ를 까면 누가 와서 발을 걸어...


엑스퍼트에 pdf 파일을 넣어서 보고 앱도 설치하니까 더 느릿해진 건 좀 답답하다. 보라북이 다 못나도 속도는 제법 빨랐어서 보라북에 익숙해지면 다른 리더기가 답답하게 느껴지는 부작용이 있다. 보라북도 평소엔 빠른 대신 먹통이 되는 경우가 잦아서 강제 리부팅이 일상이라는 단점이 있지만. 


여튼 엑스퍼트는 느릿하다. 무엇보다도 거슬리는 느릿함은 슬립모드에서 깨워서 비번을 입력해야하는 화면에서의 느릿함인데, 비번 치다가 숨넘어간다. 아---버---지------- 돌------ 굴---러---가---유------- 수준의 답답함. 엑스퍼트에 설치한 알라딘 앱과 리디 앱에도 비번을 설정해뒀는데 이 경우에는 이 정도로 숨넘어가지 않는다. 이유가 무엇일까.


배터리는 진짜 오래 간다. 처음에 기기를 들이면 무진장 괴롭히는데 금요일 저녁(5/4)에 받아서 완충하고 지금(5/7)까지 잠도 잘 안 재우고 괴롭히며 (연휴기간동안 약속도 없이 집에만 처박혀서) 써댔는데 배터리가 52% 남았다. 장착한 배터리 용량에 비해서는 별것 아닌지도 모르겠지만, 앱도 설치하고 지우고 책도 받고 필기도 이래저래 하면서 괴롭힌 걸 생각하면 어디를 데려가든 든든할 것 같다.


필기 기능은, 하아. 혹시나 싶어서 xodo를 설치해봤다가 느릿함에 암걸릴 것 같아서 지웠다. 단지 느릿하기만 하다면 감수하면서 쓸 텐데, 획을 자꾸 날려먹더라. 그래서 아웃아웃아웃. 


pdf 리더기로서 평가해보자면... 예스24앱과 알라딘앱을 비교하면서 말해보겠다. 


난 얇은 펜을 좋아하는데 알라딘 앱의 경우 가장 얇은 펜은 너무 가늘고 그 다음 단계는 갑자기 훅 굵어진다. 필압 넣으면 가장 얇은 펜도 붓펜으로 쓰는 것처럼 훅 굵어진다. 그리고 가장 얇은 굵기로 쓰면 도트가 엄청 튄다. 그래서 적당한 두께로 글을 써야 도트가 덜 튀어보이는데 중간 단계의 굵기가 없다. 엑스퍼트 사양 때문에 필기 해상도를 엄청 낮췄나보다. 예스24앱에서는 알라딘앱의 가장 얇은 펜과 그 다음 단계의 중간 정도의 굵기가 있어서 마음에 든다.


그리고 알라딘앱은 필기를 하다가 페이지를 넘기려고 하면 넘기기 기능을 누른 다음에 페이지를 넘기고 다시 필기하기를 눌러야하는데 예스24는 필기모드에서도 페이지 앞뒤로 가기 버튼이 있어서 그걸 누르면 된다. 이거 편하다! 


다만 둘 다 불편한 것은 지우개인데, 엑스퍼트 펜의 뒷부분 지우개가 그냥 지우개로 먹히는 건 엑스퍼트의 기본 노트에서만이고 알라딘앱이나 예스24앱에서 지우개를 쓰려면 또 지우개활성화 버튼을 누른 다음에야 가능하다. 이 버튼을 누르면 뒤꼭지가 아니라 그냥 펜촉으로 비벼도 지워진다. 


여기에 또 차이가 있으니 예스24는 잘 지워지지만 알라딘은 지우개 기능 적용 범위가 엄청 작은지 억수로 비벼야한다. 심지어 아무리 비벼도 안 지워지는 획도 간혹 있다. 


그리고 예스24는 모르겠는데 알라딘은 이전에 쓴 것을 지우려면 필기모드에서 나가서 해당 필기된 부분을 클릭하면 삭제가 뜨는데 그걸 누르면 전체가 다 지워진다. 만약 그 페이지에 이곳저곳에 필기를 했는데 한곳에 필기한 것만 지우고 싶어도 해당 페이지 내의 필기가 전체 레이어 하나로 묶여있다면 전체를 다 지우는 수밖에 없다.


필기는 아직 제대로 안 해봐서 모르는 부분이 많고, pdf를 띄우는 면에서도 불만이 있다. 일단 예스24는 페이지를 넘기면 내용이 엄청 깨진다. 그뒤로 차 한잔이 식기 전까지 (물론 과장이다) 기다리면 관우가 적장을...이 아니라 화면이 깨끗해진다. 알라딘도 비슷하게 페이지 넘기면 처음엔 뿌옇다가 다시 깨끗해지는데 예스24가 시간이 더 걸린다. 속이 터질 정도로. 이것 때문에 예스24로 pdf를 못 보겠다. 선 굵기랑 필기모드에서의 페이지 넘김은 마음에 드는데 말이다.


가로모드로 바꾸면 화면이 넓어지니까 이 상태에서 필기를 하면 좋지 않을까, 도트 튐이 덜 해서 내 글자가 좀 깨끗해지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나 문제가. 이 상태에서 페이지의 상단을 보고 하단을 보려면 예스24의 경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 페이지 넘김 버튼을 누르면 다음 페이지 상단이 나온다. 알라딘의 경우는 필기모드에서 넘김모드로 넘어가서 손가락으로 드래그해서 페이지 하단을 올려보면 된다. 물론 조작에 손이 많이 가서 번거롭다. 가로모드로 필기하는 건 포기했다.


예스24의 경우 특정 페이지를 입력하여 해당 페이지로 점프하는 기능이 있지만 알라딘은 없다. 페이지 바를 이리저리 옮겨야하는데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브라우징하는 게 아니라 특정 페이지를 가고 싶은 경우 가능하도록 하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 내가 못 찾는 건가.


그리고 열심히 알라딘 앱에서 필기해둔 pdf를 엑스퍼트 내에 설치한 문리더로 읽으면 필기도 표시되어 있다. 하지만 엑스퍼트를 컴에 연결하여 해당 pdf 파일을 꺼내서 펼쳐보면 필기는 찾아볼 수 없다. 어떤 기기를 쓰든 필기해둔 것이 보여야하는데, 이렇다면 필기해둔 것을 엑스퍼트에서만 볼 수 있다는 게 된다. 오닉스 오리지널(?) 기기에서는 pdf랑 필기를 합친 파일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해서 엑스퍼트도 그런 줄 알았는데, 그런 거 없나보다. 이게 앱을 만든 측에서 차마 생각을 못한 건가 아니면 내가 무리한 걸 바라는 건가. 원래 필기되는 이잉크 기기들은 다 이런가? 이건 좀 뒤늦게 알게 된 건데 치명적일 정도이다. 이렇다면 엑스퍼트에서 필기할 이유가 없다. 난 필기된 pdf를 여러 기기에서 펼쳐보려고 했는데...

→ 엑스퍼트에서 샌드애니웨이로 다른 기기(갤탭)에 곧장 옮길 경우 필기가 그대로 살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혹시나 싶어서 처음에 테스트했던 컴과 다른 컴에 usb를 이용해서 옮겨서 다른 pdf 뷰어(이전엔 Adobe Acrobat Reader로 열어봄)로 열어봐도 여전히 필기는 없었다. 엑스퍼트 기기에서 다른 기기로 샌드애니웨이만 이용해서 옮겨야되나 싶은데, 번거롭지만 그래도 필기가 저장되지 않는다고 알았던 때보다는 기쁘다.


페이지 크롭 기능은 따로 없고 손가락으로 핀치줌인아웃을 하면 되는데 엑스퍼트 사양과 이잉크 패널의 환장콜라보레이션으로 이게 제대로 될 리가 없잖아~! 통합뷰어에는 +/- 버튼이 있어서 화면 확대/축소가 가능한데 이렇게라도 넣어주지. 솔직히 말해봐요. 이잉크 기기로 책 한권 읽어봤어요? pdf로 된 교재 한 권 넣은 이잉크 기기만 나눠주고 한 방에 가둔 뒤에 어디에서 어디까지 공부해서 시험보게 하는 ★이잉크 기기로 pdf 읽기 및 필기 기능 극한 체험★시켜주고 싶다.


펜은 적응중이다. 갤탭에서 쓰던 s펜 플러스보다 펜촉이 굵어서 둔한 느낌이 들고 s펜 플러스보다 삐끗하는 경우가 많다. 내 의도대로 획이 그어지지 않고, 펜이 너무 얇아서 나한테 안 맞는지 아니면 적응이 안 되어서 그런지 필기 속도도 느려졌다. 그래도 심플한 펜 디자인 자체는 마음에 들고 가늘고 가벼워서 어느 공간에든 밀어넣고 가지고 다니기 좋기에 이 펜을 써먹고 싶은데, 아직은 원래 쓰던 s펜 플러스가 편하다.


그래도, 초반처럼 못 써먹겠다며 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나 자신을 속이기) 기기나 앱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으니 기기랑 앱에 나를 맞추고 있다. 아무래도 일반 태블릿에 터치펜으로 마치 유치원생으로 돌아가 크레파스로 글쓰기하는 것처럼 필기 좀 해보다가 만 경험만 있다면 만족하며 사용했을지도 모르지만, 아이패드에서 애플펜슬로 혹은 와콤 기술이 적용된 기기에서 펜을 써서 그림까지는 아니고 필기를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은 답답함과 실망감을 느낄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분들도 괜찮다고 하던데? 뭐지? 내가 너무 양심없이(?) 기대를 과하게 했나. 


하지만 난 자꾸만 이 돈이면 이번에 나온 아이패드 6세대를 살 수 있었다는 게 떠오른다. 물론 태블릿을 오래 들여다보니 눈알이 아프다며 전자잉크 기기를 찾아댄 게 나이기는 한데... 무엇이 필요한지와 무엇을 살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우수한 기기가 무엇인지는 각기 다른데 간혹 이렇게 괴로워진다. 


남들이 좋다는 기기보다 나에게 필요한 기기를 돈을 마련해서 사는 게 가장 행복해지는 선택 같은데, 나에게 필요한 기기가 사고 보니 좀 모자르다면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들면서 그 돈이라면 다른 걸 살 수 있었다거나 남들 보기에 더 멋진 기기를 사는 게 차라리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 ) 

오리온뷰어로 보니 진하게 보기도 잘 되고 크롭 기능도 세세하고 빠르고 쾌적하고 정말 마음에 든다. pdf는 무조건 오리온뷰어로 보는 걸로.




그래도 필기를 하려면 알라딘앱이나 예스24앱을 써야하는데 알라딘앱이 그나마 낫다.

내가 워낙에 작고 가늘게 쓰는 걸 좋아하는데 엑스퍼트는 그게 불가능해서 부아가 치밀었지만 느릿하게 차근차근 공부하기에는 나쁘지 않다. 처음에 속이 타들어가던 범위 좁은 지우개도 쓰다보니 작은 획만 선택해서 지우기에 나쁘지 않다. 다만 필기 중에도 페이지 넘김 가능하게 해주는 것과 일반 보기에서 go to 기능으로 특정 페이지 점프 가능하게 해주면 정말 좋을 텐데. 물론 연필 굵기도 가장 얇은 것과 그 다음 단계의 중간 단계도 만들어달라. (속닥속닥)

공부하다보니 역시 전자잉크라서 집중도 잘 되고 눈도 안 아프고. 많은 양의 필기는 불가능하고 페이지 이동도 쉽지 않지만, 이걸로 계속 공부해보려고 한다.



+++)

필기할 게 많지 않으면 또박또박 할 만하다. 하지만 필기하면서 이리저리 페이지 전환이 많이 필요한 경우에 엑스퍼트는 적합하지 않다는 건 확실하다. pdf 필기앱으로 알라딘이 (그나마) 가장 낫다는 것도 현재까지 여전하고. 이번에 업뎃으로 글쓰기 상태에서도 페이지 앞뒤로 넘기기 가능한 기능을 넣어줬더라. 정말 알라딘은 크레마 진영의 빛과 소금이다. 예스24는... 이걸 쓰라고 만든 앱인지. 앱이 가장 안티다.


엑스퍼트로 pdf 볼 생각만 했는데, epub를 볼 때도 대화면이 주는 장점이 있음을 깨달았다. 패널이 크니 한 페이지에 뿌리는 글자수가 많고, 그러다 보니 전체 페이지가 적어지는데, 이게 책을 읽을 때 용기를 주는 거다. 딱딱하거나 지루한 책을 읽어볼까 망설이다 열었는데 막상 까보니 200페이지가 넘지 않는다면, 쉽게 읽을 수 있을 거 같은 기분이 드는 거다. 이 효과가 나에겐 강력하게 작용했다.


요즘 엑스퍼트만 쓰다보니 6인치는 장난감 같고 7.8도 귀엽게 보일 정도이다. 13.3인치도 사용해보고 싶어졌다.